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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줌인터넷 소식

2009년 6월, 이스트소프트에 들어온 파릇한(?) 신입사원의 일기- 졸업식 (#6)

졸업식

2009년 8월 20일 비 쏟아지다 갬

오늘은 내 졸업식이다! 7년 반만의 학교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졸업하는 날.
졸업식날이라고 회사에 휴가도 내고 이 얼마나 기쁜가!

하지만 내 상황상 졸업식이라고 마냥 기쁠 수만은 없었다.

 

아빠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엄마는 아빠 간호를 하고,
누나는 이틀 뒤 결혼을 하기 때문에 바쁘니
온 가족이 다 바쁜거다. ㅠㅠ
어흑~ 우리 가족들은 모두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코스모스 졸업이라 분명 사람도 적을 것이고,
내가 비록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다고 하지만
02학번이라 현재 활동중인 파릇파릇한 08, 09학번 후배님들이
이 아저씨의 졸업식에 찾아올 것 같지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폭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집 안에 틀어박혀서 카발하기 딱 좋은 날씨다.

에잇~ 그냥 카발이나 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졸업식이니 가야지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 올 졸업식, 거기에 꽃다발 하나 없이 졸업하게 될 것 같아서 정장 대신 청바지에 남방을 입었다.
졸업 축하하러 간 척해야지~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니 비가 말도 안되게 마구 쏟아졌다.
…… 그냥 O군이랑 K군이랑 겜방이나 갈까…??
이런 맘이 자꾸 들지만, 그래도 한번뿐인 졸업식인지라 우산을 펴고 한층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 세계를 뚫고 나오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학교가 부천 근방이라 가는데 1시간 반이 걸리는데,
그 사이 비가 그치고 햇님이 살금살금 구름 사이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햇님: 졸축해염 dyang씨~ *^^*

날이 맑아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한결 낫다.
좋은 징조인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터라 동방에서 잠깐 쉬려고 동방 문을 열었는데
동방 안에 보이는 케익, 풍선, 그리고 0809 학번 후배들의 얼굴...
오늘 졸업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깜짝 파티를 마련한 것이다.

귀여운 후배들~!

0809: "졸축해염 형, 축하해요 오빠!"

…기대도 안했는데 _이런게 행복이구나…나는 너희들 때문에 행복해졌단다.

0809: "근데 형, 왜 정장 안 입었어염?"

아무도 안 올 것 같아서 그랬다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 "형님이 좀 쿨하잖냐?"

이제 허전한 손이 문제였다.
정장은 그렇다 치고 꽃다발도 없이 사진을 찍을 순 없지
꽃을 내 놓으라며 애꿎게 후배들에게 성화를 해 댔다.
0809들은, 꽃은 가격 대 성능비가 안 좋아요~라며 닥치고 쓰시라고 닥쓰 손수건을 주었다.
준비성도 좋은 후배님들... 그냥 해 본 말이었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받았으니 월급 받으면 제대로 쏴야겠다. 

그.래.도 꽃다발은 필요할 것 같다.
학교 정문으로 나가서 꽃을 사와야겠군하고 터벅터벅 정문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낯선 번호 :“dyang씨 되시죠? 꽃 배달 왔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어라? 뭐지?? 울 엄마가 보냈나?

받아보니 우리 회사에서 온 것이었다!
그냥 비닐에 싸인 꽃 한다발이 아니라, 큰 바구니에 꽃이 한가득 담겨있고 <㈜이스트소프트 김장중>이라는 리본으로 묶여 있는 꽃바구니였다.
내 평생 이런 꽃바구니는 처음이었다!

팀장님께서 학교 주소랑 졸업식 날짜와 시간을 적어 내라고 하더니 이렇게 보내주려고 그랬던가 보다.
꽃바구니를 들고 발걸음도 당당히 동방으로 들어가자,
후배님들이 탄성을 질렀다.

0809 : “우와~너무 이뻐요!!”

후후후후이것도 다 오빠의 능력이란다.

_ㅠ 감사합니다.
진짜 목숨 걸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제 졸업식다운 환경이 갖춰진 것 같다.
님은 창창하시고, 졸축하러 온 낭랑 20세들이 있고, 화사한 꽃바구니가 있었다.
닥쓰 손수건도 뒷주머니에 살짝 삐져나오게 끼워 두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장 입고 올걸하는 후회도 살짝 해 봤다.
뭐~그래도 감사할 일이다.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내 졸업식은 이렇게 무사히 마쳤다.

최악이 될 뻔한 졸업식사실 (날씨 빼고) 최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차라리 출근해서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공부나 하려고 하였다.
그래도 졸업식이라고 나왔는데,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황송한 대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 좋을 것 같은 일, 실수해서 후회하던 일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졸업식도 그렇고 내 2차 면접 결과도 그랬다.
취업 후, 본부장님께서 하셨던 말씀...나 같이 엉망으로 면접 본 사람도 드물다고 하셨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 보여서 뽑았다고 하시니 진짜 열심히 해야지.

대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시간들은 진짜 끝났다.
이제야 비로소 사회인이 된 것 같다.
부디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제 일기를 읽고 계신 분들도 너무 풀리는 일이 없다고 풀 죽어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좋은 일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Go for it!

- 이스트소프트 알툴즈사업본부 전략마케팅팀 신입사원 dyang 의 일기 #6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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